직장갑질119, 경비노동자 실태 공개
관리소장·입주민 갑질에 우는 경비원

관리자의 '갑질'을 폭로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경비원이 일했던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 앞에서 17일 아파트노동자 서울공동사업단,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서울본부 관계자 등이 추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관리자의 '갑질'을 폭로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경비원이 일했던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 앞에서 17일 아파트노동자 서울공동사업단,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서울본부 관계자 등이 추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노동자가 관리소장의 갑질로 자살한 사건과 관련해 직장갑질119가 공개한 보고서에서 이 경비원은 심각한 갑질에 노출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가운데 경비 노동자를 비롯한 아파트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고용불안 및 갑질 실태를 조사한 결과 보고서가 공개됐다. 

직장갑질119는 지난해 10월 경비노동자 5명, 청소노동자 1명, 관리소장 1명, 관리사무소 기전 직원 2명 등 9명을 심층면접해 갑질 피해 실태를 조사한 후 결과 보고서를 16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은 전원 입주민 갑질을 경험했고, 형태는 고성·모욕·외모 멸시·업무 폄훼·부당한 지시·간섭 등이다. 

일부 사례를 보면 경비대원들은 직접적인 모욕과 멸시를 받아온 것으로 보인다. 경비대원 A씨는 "(자녀 앞에서) 너 공부 잘해라, 못하면 저 아저씨처럼 된다고 비하한다"고 진술했다. 또다른 경비대원 B씨는 "아침 8시쯤 분리수거 차량이 오기 때문에 차를 옮겨달라고 직접 이야기했더니 쌍욕을 했다"고 말했다. 

입주민들이 관리사무소에 해고를 종용하거나 해고를 빌미로 협박성 발언을 하는 경우도 잦았다. 이런 배경에는 대부분 아파트 경비노동자가 용역 업체를 거쳐 간접고용으로 일하고, 1년 이하 단기계약을 반복해서 체결하는 이유에서 비롯됐다. 경비노동자들이 고용불안과 직장 내 괴롭힘 등 직장갑질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지목된다.

지난 14일 숨진 경비노동자의 유서에도 "나를 죽음으로 끌고 가는 관리소장은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책임져야 한다"는 내용이 언급됐다. 그는 10여 년간 근무해 왔는데, 지난해 말 부임한 관리소장의 갑질로 힘들어했다고 전해진다. 

조사 결과 갑질 가해자로 지목된 관리소장은 a입주자대표회의로부터 아파트 관리를 위탁받은 b업체 소속이다. 경비노동자는 b업체가 경비업무를 위탁한 c경비업체 소속이었다. 위탁에 위탁을 한 구조인 셈이다. 

직장갑질119는 "두 사람이 같은 회사가 아니라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되지 않아 경비노동자는 관리소장을 신고할 수조차 없었다"며 "자살한 경비노동자는 계약해지를 당할 수 있다는 극심한 고용불안으로 갑질에 대해 문제 제기조차 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아파트경비노동자 서울공동사업단·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서울본부는 17일 강남 대치동 아파트단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갑질 근절과 가해자 처벌, 재발 방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아파트에 사는 국민 여러분, 아파트 시세변동에만 관심 갖지 마시고, 여러분의 안정과 편의를 위해 일하는 60~70대 노인들이 어떻게 일하는지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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