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똑같은 사람”…대치동 70대 경비원 죽음에 울분 토한 동료들

“다신 억울한 죽음 없어야…노동부·서울시가 철저히 조사하라”

70대 아파트 경비원이 ‘갑질’ 피해를 호소하며 극단 선택한 가운데 사건이 벌어진 서울 강남 대치동의 A 아파트단지에서 책임자 처벌 및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경비원들의 집회가 진행됐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민주일반노조 서울본부와 아파트노동자 서울공동사업단은 17일 해당 아파트 앞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다시는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고용노동부와 서울시가 철저히 사건을 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 참가자들은 ‘초단기 근로계약 근절하라’, ‘재발방지 대책 마련하라’, ‘갑질근절! 가해자 처벌!’ 등의 피켓을 들었다.

이들은 아파트 주민들에게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동료를 잃은 노동자들이 불안에 떨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철저한 조처를 부탁드린다”면서 “여러분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노인 노동자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관심을 가져달라”고 촉구했다.

한 현직 경비원은 “우리도 똑같은 사람인데 경비복만 입으면 인간취급을 못 받는다”면서 “경비일을 한다고 이렇게 비참하게 죽어야 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경비업계의 ‘갑질’ 근절을 위해선 고용 형태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수 개월 단위 초단기 계약이 경비원들의 고용 불안을 야기, 일부 ‘갑질’ 행태에 제대로 저항할 수 없도록 한다는 지적이다. 이들 단체들은 “아파트 노동자들은 초단기 계약을 맺어 파리 목숨을 벗어날 수 없다”면서 “그래서 관리자들이 근로계약 해지를 무기삼아 갑질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A 아파트 경비원으로 지난 11년간 근무해온 박아무개(74)씨는 지난 14일 ‘관리책임자의 갑질 때문에 힘들다’는 취지의 심경글을 촬영, 동료들에게 전송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박씨를 포함한 A 아파트 경비원들의 근로계약 기간 또한 올해부터 3개월짜리 단기 계약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고용노동부 강남지청이 부당한 업무지시가 있었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박씨의 극단 선택 직후 A 아파트엔 ‘관리소장 B씨와 입대의회장 C씨의 갑질로 경비원이 유서를 남기고 투신 사망하였습니다’ 등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붙었으나 곧 관리사무소 직원들에 의해 제거된 바 있다. ‘집값이 떨어진다’는 취지의 주민 항의가 다수 접수됐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