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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복만 입으면 사람 아닌 취급을 받아” ‘갑질’에 분노한 경비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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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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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에서 일하는 노동자도 사람입니다. 24시간 맞교대를 해오면서 근무 다음날에 경비복만 벗으면 우리도 여느 사람처럼 사람으로 대접을 받는데, 이상하게 근무할 때 경비복만 입으면 사람이 아닌 취급을 받습니다. 그래서 고인이 되신 경비원은 우리의 잃어버린 절반인 것만 같습니다.”

“관리소장의 갑질로 힘들었다”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아파트에서 근무한 70대 아파트 경비 노동자 A씨를 추모하며 다른 경비 노동자가 한 말이다.

17일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조 서울본부와 아파트노동자 서울공동사업단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A씨는 2013년부터 약 10여 년간 해당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했다. 주변 동료들에 따르면 그는 업무에 철저하고 솔선수범했다. 그 덕분인지 그는 2019년부터 경비반장으로 진급하여 근무했다.

그런데 2022년 12월경 새로운 관리사무소장이 부임하면서 근무환경이 달라졌다. 그 이후부터 아파트 정문차량 관리나 수목 정리와 같은 법적으로 경비원 본연의 업무가 아닌 업무를 하라는 지시가 늘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고성을 지르고, 복명복창을 강요하거나, 인격적으로 모욕을 느낄만한 언행이 계속 발생했다고 한다.

게다가 이전까지 해당 아파트 경비 노동자들은 1년 단위 근로계약을 맺고 있었지만, 경비용역업체가 변경되면서 올해 1월 1일부로 3개월 짜리 초단기 근로계약이 도입됐다. 입주자대표회의의 요구로 현재 고용은 그대로 승계됐지만 고용 불안은 여전한 상황이다.

그러던 중 이달 8일 그는 갑자기 경비반장에서 일반 경비원으로 보직이 변경됐다. 신입 경비원의 실수와 장비 오작동 등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가 죽음에 이른 건 그로부터 일주일가량 지났을 때였다. 그는 이달 14일 오전 7시 16분, 고인은 주변 동료들에게 A4 1장 분량의 글을 사진으로 찍어 전송했다. 이 글에는 그동안 함께 근무하며 고생했던 동료 노동자들에게 감사하고 미안하다는 내용과 함께, “나를 죽음으로 끌고 가는 관리소장은 나의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책임져야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30분가량 지난 뒤, 그는 자신이 근무하던 아파트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에 대해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 반장’으로 근무한다는 이광현 씨는 이날 고인이 근무하던 아파트 앞에서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조 서울본부와 아파트노동자 서울공동사업단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고인과 저는 크게 다르지 않다”며 애도를 표했다.

그는 “아파트에서 일하는 노동자도 사람이다. 24시간 맞교대를 해오면서 근무 다음날에 경비복만 벗으면 우리도 여느 사람처럼 사람으로 대접을 받는데, 이상하게 근무할 때 경비복만 입으면 사람이 아닌 취급을 받는다. 그래서 고인이 되신 경비원은 우리의 잃어버린 절반인 것만 같다”며 “우리도 똑같은 사람이다. 왜 아파트에서 경비 일한다고 이렇게 비참하게 죽어야만 하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고인의 아파트에 걸린 추모 현수막이 ‘집값이 떨어진다’는 주민들의 항의로 제거된 데 대해서도 “경비원에게는 동료의 죽음을 추모할 자격조차 없는 것이냐”고 성토했다.

“단지 오늘도 살아남은 사람”, “갑질로부터 살아남은 경비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 씨는 노동조합으로 인해 그나마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저희 아파트의 경비원과 미화원은 1년 넘게 상습적인 임금 체불을 당한 적이 있다. 그게 작년 말까지 이어졌다. 그래서 밀린 월급이라도 제대로 받고 싶어 민주노총에 가입했다”며 “회사의 반응을 즉각적이었다. 노조에 가입하자마자 부사장이 ‘경비는 노조를 못 하게 되어 있다’, ‘노조 탈퇴명단을 제출하라’고 압력을 가했다. 수시로 전화해서 탈퇴를 강요하고 협박을 해왔다”고 전했다.

그는 “하지만 노동조합이 있었던 덕분에 오히려 회사를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하고 사과도 받아냈다”며 “이후로 월급이 밀리지 않았고 근로조건 저하도 막아냈고 초단기 근로계약서도 근절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비극을 보고 싶지 않다. 경비원의 죽음은 반드시 멈춰야 한다”며 “저희는 고인의 죽음이 헛되이되지 않도록 살아남은 자로써 책임을 다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가 속한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조 서울본부와 아파트노동자 서울공동사업단도 “다시는 이런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우선 주무당국인 고용노동부와 서울시가 마땅한 책무를 조속히 시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언론보도에 따르면 고인은 용역업체를 통한 간접고용에 3개월짜리 초단기계약을 맺었다. 24시간 격일제 근무에 9.5시간의 무급휴게시간이 있었고 급여는 최저임금이었다”며 “아파트 경비 노동자의 정상업무가 아닌 부당한 지시나 휴게시간을 침해받았을 때도 본인이 책임을 지도록 각종 자술서, 동의서를 강요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결국 고인은 극단적인 선택을 강요받았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고용노동부와 서울시를 향해 “철저한 조사를 통해서 가해자를 처벌해야 한다. 법률 위반행위가 있었는지 면밀히 조사하고, 아파트 관리규약은 적정했는지, 관리체계는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부당한 대우에 관한 조치가 이루어졌는지 철저하게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나아가 이들은 “더 이상 이같은 비극이 재발되지 않으려면 우리 사회가 노동존중사회로 바뀌어야 한다”며 “정상적인 일터가 되도록 잘못된 법제도와 사회관행을 바꾸고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구체적으로 3개월 초단기 근로계약을 근절해야 하고, 전근대적인 24시간 맞교대제 근무체계를 개편하고, 제대로 쉴 수 있는 휴게시설을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주휴수당, 연장근로수당, 공휴일, 52시간 근무제 적용도 촉구했다. 특히 “아파트 경비 노동자는 노동자이면서 아파트 공동체 구성원”이라며 ‘갑질’을 근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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