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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쉴 곳은 복도·계단·화장실" 여전히 열악한 대학가 청소노동자 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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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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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전 10시께 찾은 경기도의 한 대학교 여자화장실. 에어컨도 없는 화장실에서 대걸레를 빠는 신명숙(가명)씨의 턱밑으로 땀이 뚝뚝 떨어졌다. 잠시 야외에 있어도 옷이 땀으로 젖을 정도로 후덥지근한 날씨였지만 이 건물에 신씨가 쉴 휴게실은 없다.

"휴게실이 없어서 복도나 계단에서 종이박스를 깔고 앉아 쉬어요. 잠시 화장실에 와서 숨을 돌릴 때도 있고요."

턱밑으로 땀 뚝뚝 떨어지는 무더위
휴게실 가려면 근무지서 한참 걸려
"업체서 떼가… 최저시급도 못미쳐"
신씨가 일하는 건물로부터 260m 떨어진 곳 지하에 여성노동자들을 위한 19.8㎡(6평) 남짓의 휴게실이 있다. 이곳에서 매일 6~7명의 여성노동자들이 모여 점심을 먹는다. 신씨는 "점심시간이 아니면 휴게실을 오기 힘들다"며 "일하는 건물에도 휴게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건물 뒤편 쓰레기장 옆에는 남성노동자들을 위한 컨테이너 휴게실이 있다. 남성노동자 4명은 16.5㎡(5평) 넓이의 컨테이너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휴식을 취한다.

이들은 모두 용역업체 소속 하청노동자로, 하루 7시간·주5일 근무를 하고도 월 150만원을 받는다. 그러나 2년에 한 번씩 계약이 갱신돼, 문제를 제기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청소노동자 A씨는 "업체에서 다 떼가 버리니 최저 시급도 받지 못한다"며 "하지만 우리는 힘이 없어 목소리를 낼 수 없다"고 말했다.

연세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시위에 나선 가운데 도내 대학 청소노동자들의 근무환경 역시 여전히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날 오후 3시께 찾은 단국대학교 죽전캠퍼스 학생회관 3층, 어둑어둑한 계단 앞에 미화원휴게실이 있었다. 문을 열자마자 꿉꿉한 공기와 환기되지 않은 음식 냄새가 코를 건드렸다. 안으로 들어가자 도배되지 않은 아스팔트 벽면과 천장이 그대로 드러났다. 창문 하나 뚫려있지 않아 지상임에도 지하실 같은 으스스함이 느껴졌다. 청소노동자 B씨는 "쉬고 싶어도 공간이 답답해 쉬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햇빛 하나도 안 든다"며 "그나마 지난해 에어컨이 들어오고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몇몇 휴게실은 주차장에 있다"고 말했다.
단국대 죽전캠퍼스에 있는 휴게실
꿉꿉한 공기·창문 하나 없는 공간
"인력충원 해주지 않아 업무 과중"
단국대 청소노동자들은 지난해부터 학교에 인력충원 등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매해 정년퇴직자가 생기며 인력은 줄어들었지만, 충원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에 건물이 증축되며 노동자 1명당 맡은 업무량이 늘어났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서울일반노동조합 단국대분회 권도훈 조직차장은 "지난해 8명의 퇴직자 인력이 충원되지 않아 업무가 과중됐다"며 "그러나 집회 결과 8명 중 5명이 채용됐고, 기숙사 인력인 나머지 3명은 추후 채용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기숙사가 재운영될 때 약속을 이행하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세대 사태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권 차장은 "지난해부터 집회를 이어가는 과정에서 학생모임이 연대해 함께 시위에 나서준 것도 크게 도움이 됐다"며 "소송을 건 학생들도 이후에 노동자가 될 20대인데, 스스로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포기하려는 것 같아 안타깝다. 당장 본인의 안위만 챙길 게 아니라 사회적 약자에 공감하는 것이 모두에게 이롭다는 걸 아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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