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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구청장님, '단 한 번의 대화'가 그렇게 어렵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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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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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강북구도시관리공단(아래 공단) 노동자들은 강북구청에 '고강도 장시간 노동'의 부당함을 알리고 개선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공단 노동자들은 업무 가이드라인에 정해진 정원보다 인력이 부족해 사다리 작업이나 전기작업 등의 2인 1조 작업을 혼자했으며, 초과 근무를 하더라도 수당을 받지 못했습니다. 휴게시간에 제대로 된 식사를 하기도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공단 측은 '쪼개기 업무 분담'을 강행하며 어떻게든 시설만 돌아가면 된다는 식의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에 실망한 공단 직원들은 노동자로서의 생존권을 위해 적정인력 확보를 요구하며 지난해 11월 28일부터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싸움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구청장과 단 한 차례의 대화도 하지 못한 채 말이죠.

저는 왜 '강북구청장'이 이 상황에서 언급되는지 알리고자 합니다. 구청장이 공단에 가지는 권한은 '서울특별시 강북구도시관리공단 설치 조례'에 적시돼 있습니다. 공단 이사장은 구청장이 임면하고(8조 1항), 이사 중 3명은 비상임으로 하되 구청장이 지정하는 국장 1명과 사외이사 2명으로 합니다(9조 1항). 감사 역시 구청장이 임면합니다(10조).

공단의 사업 범위는 "서울특별시 강북구의 발전과 구민의 복리증진에 기여하게" 하기 위해 구청장이 관리하는 시설이나 구청장이 지정하는 일입니다(14조). 뿐만 아닙니다. 예산 시정권, 예·결산을 보고받을 권리, 감독과 보고 및 검사의 권한도 모두 구청장에 있습니다. 또한 공단은 직원을 채용할 때 구청장과 사전 협의 및 통보를 거쳐야 합니다(서울특별시강북구도시관리공단 인사규정). 이 정도면 '진짜 사장'은 과연 누구입니까.

'진짜 사장'은 구청에 있다
도시관리공단은 각 지자체의 고유한 공공시설 업무를 위탁받아 운영되는 곳입니다. 말이 좋아 공기업이지 결국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수많은 위탁업체 중 하나입니다. 고용주들이 책임자로서 당연한 책임을 지도록 만들어진 수많은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만들어진 거대한 위탁 시스템의 한 톱니바퀴와 같은 것이죠.

그렇기에 공단은 공단 이사장이라는 명목상의 사장과 별개로, 예산이라는 막대한 권력을 휘두르는 구청장이라는 '진짜 사장'의 존재가 매우 중요합니다.

적정 인력 확보는 인건비 확보를 필요로 합니다. 인건비 확보는 당연히 예산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 구청장의 결정이 없으면 결코 이뤄질 수 없습니다. 이런 논리로 공단 노동자들은 공단 이사장과 끝나지 않는 도돌이표 교섭을 끝내기 위해 지난해 11월 18일 이순희 강북구청장에게 면담을 요청한다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11월 23일까지 면담일정을 잡아달라는 공문을 통한 요청에도 이순희 구청장은 아무런 답을 주 않았습니다. 결국 답변 기한의 마지막날인 11월 23일, 이순희 강북구청장을 만나 대화를 하려한 자리에서 구청장의 입을 통해 돌아온 것은 "말도 없이 찾아오다니 무례하다"라 말이었습니다.

강북구청 자신들이 관리하기 힘들고 책임지기 어렵다는 이유로 위탁해 지역 공공시설을 성실하게 관리하는 노동자들이 현장의 어려움을 호소하기 위해 진짜 사장을 찾아간 자리에서 들은 '무례하다'는 말은 아직도 공단 노동자들에게 큰 상처로 남아 있습니다.

결국 우리는 파업을 시작했습니다. '진짜 사장' 이순희 구청장과 대화하겠다는 작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말이죠. 평소 건강이 안 좋았던 권준석 민주일반노조 서울본부 동북지역지부장이 지난해 12월 6일 차가운 복도에서 쓰러지고, 그다음 날 박장규 노조 분회장이 단식을 하는 동안에도 공단 노동자들은 이 구청장을 기다렸습니다. '단 한 번의 대화'를 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폭력노조'라는 낙인

그렇게 하루, 이틀, 일주일이 넘어 한 달이 가까워지던 지난해 12월 23일, 대화를 위해 기다리던 공단 노동자들은 참다 못 해 이순희 구청장을 향해 대화 좀 하자며 항의를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이순희 구청장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둘러싼 구청 공무원들 사이에서 뒤로 넘어졌습니다. 노동자들은 구청장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이후 우리에겐 '폭력노조'라는 낙인이 찍혔습니다. 대화 한 번 하기 위해 한 달 가까이 '얌전히' 기다린 우리에게 눈길 한 번조차도 주지 않았다는 사실은 묵살된 채 말이죠.

구청장의 행동은 더욱 과감해졌습니다. 지난해 12월 27일 오전, 경찰을 동원한 구청에 의해 공단 노동자들은 강제퇴거를 당했고, 구청은 바로 청사 앞에 바리케이드를 세우고 셔터를 내렸습니다. 노동자들이 강제로 쫓겨나는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부상을 입었지만, 부상당한 노동자에게 주목하는 언론은 없었습니다.

강제퇴거가 진행됐지만, 공단 노동자들은 투쟁을 이어나가기 위해 지난해 12월 29일 구청 앞에 천막을 세웠습니다. 이후 구청의 커다란 정문엔 셔터가 내려졌습니다. 구청 공무원과 주민들은 청원경찰에게 신분을 확인해주고 조그마한 쪽문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이런 상황이 구청장이 원하는 공무원·구민들의 안전일까요?

바리케이드 치고, 셔터 내리고... 구청의 '무시'

정문이 닫힌 지 또 다시 한 달이 지났습니다. 노동자들은 평화로운 투쟁을 위해 지난 1월 3일부터 촛불집회를 시작했지만, 구청장은 지금껏 단 한 번도 대화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공단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고통에 공감하고 함께해준 지역 정치인을 의도적으로 신년인사회 초대에서 배제했습니다. 이에 항의하기 위해 해당 지역 정치인이 직접 찾아가자 구청장은 많은 지역 구민들이 보는 앞에서 '공단을 돕기 위한 지역 정치인의 행동이 기분 나빴다'는 식으로 불만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1월 12일, 박장규 분회장이 37일이라는 기나긴 단식을 이어나가다가 건강악화로 생명의 위협을 받아 결국 병원에 입원한 이후에도 이 구청장은 병문안 한 번 하지 않았습니다.

밥 먹는 시간조차도, 법으로 규정된 휴게시간조차도 제대로 확보되지 않는 빡빡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적정 인력 확보를 요청하고, 끝없이 발생하는 초과근무에 대해 수당을 편성해 정당한 보상을 해달라는 것이 구청장이 대화 한 번 하지 않을 만큼 무리한 요구일까요?

우리는 너무나도 당연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구청 앞 천막을 지키며 노동자들을 '투명인간' 취급하는 구청장의 태도를 마주한 채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언제가 '진짜 사장' 구청장이 직접 대화에 나설 그날을 기다리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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